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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NEWS | [회원소식] 젠니클로젯 이젠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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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18-10-01 00:00 조회3,2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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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청바지로 만든 가방,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합니다

글 : 이선주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

헌 청바지로 만든 가방이 외국 브랜드들로 메워진 백화점에서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만든 17만 5000원짜리 가방은 나오자마자 동나는 바람에 중고품을 100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이젠니 대표가 2014년에 시작한 브랜드 ‘젠니클로젯’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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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니클로젯은 자기만의 개성과 사회적인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에코 디자이너 브랜드다. 면이나 리넨 그리고 유칼립투스 추출물로 만든 원단인 텐셀 등 주로 천연 소재를 사용해서 가방이나 의류, 신발을 제작한다. 데님 가방은 대부분 기증받은 청바지로 만든다고 한다.

“입지 않는 청바지 세 벌을 기부하면 에코백 하나를 주는 이벤트를 해왔어요. 친환경 제품을 만들뿐 아니라 지속가능하도록 자원을 순환시키는 게 저희 모토입니다. 그렇다고 고객들에게 의미만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사용하다 보니 ‘이 회사에 이런 철학이 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에 공감해서 충성 고객이 된 분들도 많아요.”

젠니클로젯 가방은 모두 천으로 만든다. 모양이나 기능은 가죽 가방과 다를 바 없지만, 천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볍고 실용적이다. 어깨끈의 길이를 조절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가 가죽 가방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천으로 만든 가방은 흐물흐물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천으로 만들었지만 각이 잡힌 가방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으로 세상에 없던 가방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를 터득해 갔습니다. 다양한 가방을 만들 수 있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이젠니 대표가 맨 처음 가방을 만든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실과시간에 신발주머니를 만들어본 후 어깨끈을 달아 배낭 모양의 가방을 만들었다. 헬로키티 캐릭터가 들어간 핫 핑크색 천을 더 끊어서 원피스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옷 만드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일단 옷감을 펼쳐놓고 누운 후 내 몸을 따라 그렸습니다. 그렇게 재단한 옷감을 바느질해 원피스를 만들어 입고 운동장에 갔더니 애들이 몰려들었어요. ‘내가 만든 옷’이라고 자랑하면서 자신감과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장래 희망에 ‘패션디자이너’라고 썼어요. 도서관에서 빌린 의상패턴 책을 보고 손바느질로 갖가지 옷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서산시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학예회를 앞두고 반 친구들과 함께 패션쇼를 준비했습니다. 다들 집에 있던 옷을 가지고 왔지만, 저는 폐업하는 가게에서 산 마네킹에 입혀보면서 검정 이브닝드레스를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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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할 생각으로 미술특화 고등학교에 입학해 미술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진학하려고 보니 미술 실기시험을 보는 패션디자인학과가 많지 않았다. 수능 점수로 한남대 의류학과에 진학했다.

“저는 서산 7공주 집 막내예요. 자매가 많을 뿐 아니라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내 일은 내가 해결해야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근로장학생으로 4년 내내 도서관에서 일했고, 햄버거 가게,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3학년 2학기 때는 휴학을 하고 잠시 사업도 해보았다.

“인터넷에서 사업계획서 양식을 찾아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계획 등 빈칸을 채우면서 ‘커플룩을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핸드페인팅으로 커플들의 애칭을 새겨주는 옷을 팔았는데, 한두 달 만에 대박이 났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문이 밀려들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했습니다. 주위에서 사업을 키워보라고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옷 만드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이러다가는 장사만 하다 말겠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은 멀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프장 캐디로 유학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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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으로 돌아가서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국비지원 직업학교에서 옷 만드는 훈련을 더 받았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신진 디자이너 발굴대회인 ‘워너비 패션디자이너’에 참가했고, 3차전에서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했거나 유학을 다녀온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겨루다 보니 제게 무엇이 부족한지 보였어요. ‘유학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유학비를 모으기 위해 골프장 캐디가 되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캐디 생활을 하다 2010년 세계녹색구매대회에 참가해 에코패션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한 달 휴가를 내고 필사적으로 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옥수수 껍질과 재생 가죽을 엮고, 실크에 커피 염색을 해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 자연에서 뛰놀면서 자라서 그런지 자연을 소재로 할 때 영감이 많이 떠오르고 저다운 디자인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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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작업 공간을 지원하는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 디자이너로도 선발되었다.

“2년이 지나면 스튜디오에서 나와 독립해야 했지만 디자이너 브랜드를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살던 서울시립대 근처에서 작은 가게를 얻어 ‘에코디자이너 숍’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동네 사람들이 가져오는 한복, 양복, 청바지로 옷이나 가방을 만들어주기 시작했어요. 꽃무늬 한복을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블라우스로 만들어주는 식이었습니다. 한번 맡겨본 사람들이 헌 옷을 몽땅 가져와 고쳐달라는 바람에 일이 많아졌습니다. 동네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죠. 업사이클링 훈련은 그때 다 한 것 같아요.”

소셜벤처 기업가 모임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재미있어했다.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용으로 빌려주는 사회적기업 ‘열린 옷장’과 손잡고 남성 양복을 여성복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이벤트도 했다. 일반인에게 업사이클링을 가르쳐주는 ‘젠니클로젯’도 시작했다.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1년 가까이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 로고 등을 연구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젠니클로젯’ 그대로 쓰고, 의류 부자재인 버클의 훅과 요크를 활용한 사슴 형태의 로고를 만들었어요. 십장생인 사슴은 ‘영생(永生)’이나 ‘재생(再生)’을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의 철학과 일치하거든요.”

2014년 맨 먼저 내놓은 제품은 버려지던 청바지 원단으로 만든 노트북 가방이었다. 그 후 계속 가방 종류를 늘려가면서 의류도 만들기 시작했다. 가방이든 의류든 좋은 소재와 합리적인 가격, 심플하고 자연스러운 디자인과 실용성을 추구한다. 그는 여섯 언니와 엄마가 최고의 감독관이라고 말한다.


꼭 필요한 최소량만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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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음알음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롯데피트인 동대문점과 은평점,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등 매장이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판교점, 중동점, 청주점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9월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에도 매장을 연다.

“2016년 6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행사를 했습니다. 일회성 행사로 생각했던 백화점 측이 깜짝 놀랄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았습니다. 결국 1년 동안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다 해외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는 4층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에는 중국 고객이 특히 많습니다. 이곳을 통해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이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이나 베이징, 상하이, 충칭 로드숍들이 저희 제품을 팔고 있어요.”

생활한복업체인 ‘리슬’의 의뢰로 한복에 어울리는 가방을 만드는 등 다른 기업들과 협업할 일도 많아졌다. ‘순백’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마리몬드’와 협업해서 만든 가방으로,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생활비를 아껴 뜻있는 일에 기부해온 김복동 할머니의 고귀한 정신을 목련꽃 자수로 표현한 가방으로, 특히 20대 여성에게 인기라고 한다. 젠니클로젯은 요즘 유행하는 ‘패스트 패션’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제품이든 일단 최소량만 생산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아가며 추가 생산을 한다.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에 집중합니다. 직원들이나 저나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업계의 관습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빠른 성장보다는 우리 가치를 지키면서 성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자’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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